EXHIBITIONS

손승범, 정진, Shape of Meaning
M'cube

Shape of Meaning

손승범, 정진

2022.06.22 ~ 2022.07.17
M’cube는 새로움에 대한 열정으로 실험적 영역을 탐구하고 그 한계에 도전하는 영아티스트를 발굴ㆍ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M’cube is a program to discover and support young artists who explore experimental territories with a passion for novelty and challenge their limits.

ABOUT

손승범, 정진

작가노트


손승범

 작품 <사라지거나 자라나는>은 명화 속에 등장하는 유명한 조각가의 도상을 차용하여 그려낸 후, 재개발 지역처럼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자라나는 식물들의 형상으로 지워나가는 방식으로 그려진다. 화면에 등장하는 도상은 경건함, 소망과 같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것이다. 도상이 내포하고 있는 관습적인 의미들이 현시대에는 얼마나 적용이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의미가 지닌 가치의 변화에 주목하였다. 이렇듯 시대에 변화에 따라 변주되며 사라지기도 하는 의미의 모습들을 도상 위에 희미하게 나타낸다.

 

  그리고 이내 희미해져 버린 채 비워진 화면에는 끊임없이 자라나는 잡초를 비롯해 삶에서 뜻하지 않게 마주하게 된 한없이 약하고 보잘 것 없는 것들로 채워나간다. 마음내어 바라보지 않으면 지나쳐 버리기 쉬운 존재들은 늘 우리 주변에 머물러 있으며 공허한 삶의 부분들을 따스한 온기로 채워준다. 그들은 한 곳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으면서 그 시간들을 고요히 간직한 채 묵묵히 세월을 견뎌내며 나름의 의미를 생성하고 있는 존재들이다. 나는 어쩌면 그 대상들에게서 빠르게 변모된 시대를 감내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자 나의 처연한 모습을 그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연약해 보이지만 늘 우리 곁에 있는 것들이 지닌 생동감 넘치는 모습들을 기록하는 것이 나에게 새로운 기호가 된다.

 

 

​​정진

‘위-윙’ 하며 낮게 들리는 소리에 귀가 예민해진다. 예전에는 들어본 적이 없는 소리로 최근에 자주 들린다. 고개를 돌려 그 정체를 보니 자동차의 바퀴가 유난히 부드럽게 회전하는 것처럼 보이는 전기차가 지나간다. 점점 멀어지는 자동차를 보며 한 걸음씩 움직이는 자신의 다리에 시선을 고정한다.

 

팀 버튼 감독의 영화 <가위손>에서 주인공인 ‘에드워드’는 외딴 성에서 사는 과학자가 만든 인조인간이다. 그를 만든 박사가 두 손을 미완성으로 남기고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에 차가운 기계의 손으로 살아가는 에드워드는 뛰어난 미용술과 정원사의 능력을 발휘하지만, 일상생활의 어눌함과 함께 날카로운 기계의 손으로 인해 어느 누구도 껴안을 수 없는 한계를 겪는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목소리를 대가로 온전한 인간의 다리를 얻은 인어공주는 어떠했을지 상상해 본다. 인어공주는 중력에 저항하여 직립 보행을 시작하는 것에서부터 사회가 변화되는 속도에 맞추어 빠르게 뛰어야 하는 것까지 적응했어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높아진 욕구와 다양한 의무를 지닌 인간은 자신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증기 기관을 만들어내고 우주까지 갈 수 있는 에너지와 속도를 가지게 되었다. 너무 빠른 변화와 발전을 이해하지 못할 만큼의 세상에 살아가는 인간은 여전히 두 다리를 움직이며 하루를 보낸다. 그것이 인간의 숙명이겠지만 각자가 변신의 힘을 만들어 어떤 모양과 모습으로 살아갈지 궁금해진다.

 

 인어공주의 만화 이미지와 번갈아서 회오리 무늬는 반복적으로 그림에 나타나는데, 회오리 무늬가 이미지를 가리는 듯하고 혹은 문양 자체가 지닌 성긴 의미와 구체적인 이미지와의 관계에서 의미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색 면과 이미지가 번갈아 표현되는 조형적 화면의 구성으로도 볼 수 있다. 그림의 화면은 보는 순서도 정해져 있지 않고 이미지 사이의 열린 관계를 통해 이야기적 전개를 펼치는 것 같지만 분명한 뜻을 알기 쉽지 않다. 이미지들을 규칙에 따라 값이 나오는 함수식과 같이 의미를 정렬할 수는 없지만 상이한 이미지와 표현이 만나고 섞이어서 어떤 뉘앙스를 만드는 것이 그림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여러 모양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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