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Kim Junmyeong, Yoo Euijeong, Ju Sekyun, re: site_ ceramics
M'VOID

re: site_ ceramics

Kim Junmyeong, Yoo Euijeong, Ju Sekyun

2023.01.18 ~ 2023.03.10
M’VOID는 통찰적 사유로 작품 세계를 다져가면서 동시대 미학적 가치에 질문을 던지는 중진 작가와 해외 작가의 전시를 기획하고 선보이는 프로그램입니다.
M’VOID is a program that plans and presents exhibitions of leading artists at home and abroad who question contemporary aesthetic values while strengthening their works with insights.

ABOUT

Kim Junmyeong, Yoo Euijeong, Ju Sekyun
전시기획글


지금, 여기로의 재위치 

길을 잃은 듯한 풍경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도예작가 3인의 전시에 완전무결한 유리질 표면과 섬세하고 유려한 문양, 또는 순백의 색감만으로도 어떤 존재가 되는 그런 도자 작품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복제, 균열, 차용의 단상들이 흩어져 있다.

 

김준명, 유의정, 주세균은 동시대 예술의 실천 형식으로서 도자예술의 조형언어를 정교하게 구축해오고 있는 작가들이다. 도예의 절대적 가치로 여겨져 온 전통을 재해석하고, 동시대 문화적 형식들을 반영하는 실험을 통해 현대도예의 미술언어를 혁신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갤러리밈 M’VOID 기획전 ‘re:site_ceramics’에서 세 작가들은 자기 완결적 공간에 놓여있던 도자기를 각각의 방식으로 해체하여지금, 여기의 공간 안에 재위치 시킨다. 도자라는 본질에서 출발해 크랙으로(유의정), 인류세 이미지로(김준명), 일상적 사물의 형태로(주세균) 변환된 오브제들은 현대미술의 언어로 새롭게 환기된다. 익숙하고 예상 가능한 매체였던 도자가 현대미술의 무대에서 조각과 개념, 설치로 조형적 지평을 확장해 가는 것이다.

 

유의정 작가의 ‘Poem for Clay’(2022)는 흙과 도자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응축해 놓은 작품이다. 균열 가득한 도판을 벽에 건다는 행위는 도자예술이 추구해 왔던 절대적 완결의 신화를 향한 질문으로 읽힌다. 본시 흙의 본질일 수 밖에 없는 크랙 현상과 같은 도자예술의 근본적인 형식을 탐구해보겠다는 선언 같기도 하다. 10여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는유사 유물 시리즈 2022년 신작들은 동시대 언어로 만들어낸 동시대 유물에 관한 내러티브다. 백자라는 전통적 형식에 형광빛 색감의 안료, 우연적 효과까지 치밀하게 계산한 회화적 표현, 진짜와 가짜의 구분 자체가 의미 없는 전통문양의 차용 등 동시대적 언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실천 형식을 보여준다.

 

김준명 작가는 감상의 대상도 아니고 소용에도 닿지 않는, 도자예술의 가치영역을 의도적으로 비껴가는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낸 듯한 백자 항아리들이 엉겨붙은 ‘Hug Glazed Ceramic’은 복제를 거듭할수록 역설적이게도 그 의미는 비워져 간다. 작가는도자기에 관습적으로 부가된 전통이라는 인식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역사 속에서 견고하게 다져져 온 기의를 분해하고 일상의 언어로 번역하는 실험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비해 인류세(人類世)를 연상시키는 설치작품은 역사나 과거가 아닌지금을 향한 시선을 담고 있다. 흙과 함께 비닐, 플라스틱 등 현대문명이 만들어낸 폐기물들을 켜켜이 쌓은 지층 단면의 구조물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인류의 현실을 일깨워준다. 작가는 복제와 집적, 일상적 실물 오브제 등을 이용한 조형적 실험을 통해 도예의 고정적이고 한정적인 감각들을 동시대 예술의 영역으로 점차 넓혀 나간다.

 

주세균 작가는 신념과 같은 추상적 대상을 시각적 구조물로 치환하는 작업을 오랜 주제로 다루어 왔다. ‘찬장 2022-1’저녁 식탁’(2022)의 기표는 무궁화 당초문이다. 찬장에 가지런히 세워진 접시 옆면과 식탁 표면, 전시장 바닥으로 이어지는 무궁화 꽃무늬는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신념의 메타포가 된다. 다른 출품작 ‘Tracing Drawing’(2018)에서 작가는 전통과 재현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어긋남에 주목한다. 인터넷에서 수집한 유물의 이미지를 백자 위에 베껴내는 작업을 통해 전통과 현재, 원본과 복제, 창작과 차용, 사실과 왜곡 사이의 충돌을 유도한다. 본질과 실제의 인식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요소들을 사유의 근간으로 삼아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다듬어 간다.

 

분명 도자에서 출발했으되 하나로 포섭되지 않고, 그래서 동일화 시킬 수 없는 세 작가들의 이질성은 그 경계가 뚜렷할 수록 더욱 흥미롭다. 급진적인 미적 실험을 시도할 때마다 이들을 둘러쌌던 다양한 모양의 관습의 세계는 내부로부터 무수한 균열을 냈을 것이고, 도자의 오랜 본질을 해체 하고서야 비로소 자신들만의 고유한 영역을 품게 됐을 터이다. 그래서 이들이 펼쳐 놓는 이야기는 여전히 낯설고 모호하고 불확실한 풍경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주어졌던 길보다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이 훨씬 많은 까닭에, 길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야 말로, 새로운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강력한 예술의 힘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김현진_갤러리밈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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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Junmyeong 김준명


2012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졸업, 서울
2006 홍익대학교 도예.유리과 졸업, 서울

주요 개인전
2021 운수 좋은 날, 인력시장, 서울
2021 돌과 새겨진 단어들, 영은 미술관, 광주
2020 영역표시(투쟁의 증거들), 공간 형, 서울
2018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송은아트큐브, 서울
2018 실패한 재현, 김종영 미술관, 서울
2017 고상한 취미, 갤러리밈, 서울
      외 3회

주요 소장처
송은문화재단, 한국도자재단, 영은미술관, 양구백자박물관

작가노트
1.사물이나 주변의 대상의 사회적으로 인식된 의미에 개인적인 시선을 담는 작업을 도자라는 매체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타 재료와의 결합이나 드로잉 작업 또한 병행합니다. 사물이나 대상들에는 사회 안에서 의미화 되거나 기능화된 것들, 개인적인 기억들이 담겨있는데, 그 사이를 구분하고 다른 의미로 재해석하고 시각화하려 합니다. 또한 도자기에 대한 관습적인 인식, 역사의 세로적인 무거움을 가로적으로 전환시키고자 하는데, 작은 개인작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권위적이지 않고, 일상적이며, 우연적이고 가벼운 개인적인 역사들을 발견하는 것이며, 동시대적인 시선일 수 있다 생각하고 작업에 담으려 합니다.

자연이나 사물, 개인적인 주변의 경험에서 비롯된 소외된 상황들에 개인적인 상상을 담아 조형화시킴으로서 맥락에서 벗어나고, 잃어버렸던 관계성들을 회복시키려는 작은 시도들을 하려 합니다. 도자에 대한 유일성을 복제함으로서 해체하거나, 사회적 인식들을 의심하기도 하고, 때론 매체적인 매력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합니다. 다원적이고 스펙터클한 이미지가 넘쳐나는 요즘 오히려 시대를 거스르는 반 현대적인 방향성이 개인적으론 흥미롭다고 생각하며, 이미지를 물질화 시키는 이 오랜 작업방식이 동시대 미술 안에서 어떤 가치를 가져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전통과 현대, 미술과 비 미술 등 정치적이거나 이데올로기적으로 소비되는 도자에 대한 인식 안에는 예술의 보수성이 드러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습적으로 단단하게 고정된 인식들을 조금이나마 말랑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감정에 동요가 덜한 오브제의 형태들과 주변의 풍경들, 일상의 행위, 매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 매체들의 물성 등에 관심을 두고 작업을 해왔습니다. 조형작업이기에 네러티브가 전제되어 있지 않아, 작업자체의 조형성이나, 오브제로서의 기능, 기존의 형태들을 개인적인 사유를 통해 재맥락화 하는 방법 등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내용적으로는 전통, 역사, 관습, 형식 등 우리 세계를 형성하고 있는 익숙한 질서로부터 나와 이를 재배열하고자 하는 실험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왔습니다. 우리가 도예 작업을 바라볼 때 그 시선의 배후에는 여러 맥락들이 작동하게 되는데, 이러한 시선을 “도자 매체 안에 고스란히 담겨져 온” 것으로 보고, 당연시된 맥락에 질문을 하였습니다. 우리가 익히 감상해온 도자 예술의 형태적 감흥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도자의 매체성을 바탕으로 한 문맥과 동시대성 사이의 관계에 주목하려 하였습니다. 기존의 도자 예술 맥락으로부터 거리를 두면서도, 태도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현대적 도공의 입장이 비춰지기도 합니다.

하나의 도자기가 함의하고 있는 맥락을 전유하여, 익숙한 것에 대한 다시 읽기를 제안하기도 하고, 도자 매체의 긴 호흡을 단절시키거나 질서를 뒤집는 시도를 하였습니다. 이때 무조건적인 탈선보다는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 현실과 이상, 예술가와 노동자의 틈새에서 발생한 간극에서 머물며 상이한 요소간의 대화를 하려 했으며, 무엇보다도 미술사, 도자사, 역사, 사회, 정치 등 거대 담론이 아닌 소소한 일상, 삶, 현장에 귀를 기울이며, 드러나지 않는 존재와 사물의 형태, 목소리, 공간, 위치를 찾으려 하였습니다.

가로적인 역사를 담은 도자기 시리즈-노트

이 작업은 과거와 공존하며 동시에 미래로 변화해가는 모호하게 겹쳐있는 현재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시작한다. 현 시대의 의무중 하나는 과거를 고찰하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며 미래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다. 사물들의 형태와 기능은 중요한 보조수단으로서 그 단서를 제공한다. 오브제는 그 안에 특정 역사는 물론, 사회, 문화적 배경, 계급, 취미, 기호 등 개인사적인 감정이나 이야기 등 그 이면에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도자기는 그 복잡한 레이어를 엿 불수 있는 척도로서의 기능에 충실한데, 모든 게 변해버린 지금도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도 제작되어지고 있다. 절대 같아질 수 없는 전통으로의 회귀본능과 복제되어진 과거의 미의식이 통용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에 주목해보았다. 존재하지 않는 오리지널리티 에 대한 열망을 캐스팅을 이용해 무한 복제 제작하였다 자르고 붙이며, 재조합 함 으로서 다양한 각도의 조각적인 형태로 변형시켰다. 하나의 틀에서 나온 같은 형태의 도자기를 복제 제작하여 틀을 사용하되 틀을 벗어나려 하였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도자기에 대한 염원, 당시의 고급예술의 폐쇄적인 틀을 확장시키고자 하였다.

수천 년 이 넘도록 여전히 통용되는 관습일지 모르는 미의식에 대한 의문이 때로는 내 속에도 이미 내제되어 있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이미 예견된/의도된 실패를 통해 이 믿음으로부터 벗어나 보고자한다.


Yoo Euijeong 유의정

2018 홍익대학교 대학원 박사(도예전공), 졸업
2010 홍익대학교 대학원 도예과 석사, 졸업
2006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도예·유리과, 졸업

주요 개인전
2021 색상가면, galleryCNK, 대구
2018 금은보화-일상에서 찾은 보물들, galleryROYAL, 서울
2016 Imagery & Figuration, galleryPURPLE, 남양주
2016 수복강녕, 한독의약박물관 생명갤러리, 음성
2016 Float-ing, CJAS(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2015 The Skin of Desire, 갤러리 Koo, 서울
     외 3회

주요 소장처
국립현대미술관, 대구시립미술관, OCI미술관, 한독의약박물관, 한향림현대도자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서울신문사, 빅토리아 & 앨버트 미술관(영국), 중국상위박물관(중국), 노르웨이 국립장식예술박물관(노르웨이)

작가 노트
상징의 언어와 상상의 구조 근대화와 함께 시작된 자연주의적 사고 속에서 인간은 ‘현실 세계’에 기반한 기술과 도구의 고도화로 삶의 효율성이 극대화 되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합리적 사고로의 이행이 오히려 상상의 범위를 ‘현실’이라는 제한된 세계 속에 가두게 된 건 아 닌지 반문하며, 오랜 인류로부터 전승되어 온 가치 있는 것들 속에 담긴 ‘또 하나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그동안 잃어버린 상 징의 언어와 상상의 체계에 대해 탐구해 오고 있다. 그중 가장 오래된 조형예술이라 할 수 있는 도자기는 기나긴 역사의 과정 속에서 다듬어진 조형 언어와 상상의 구조가 담겨 있다. 이는 사회적, 문화적 인식들을 입체화할 수 있는 지도로 작동하여,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 차 있는 도자예술의 조형 체계 을 이해함으로써 비로소 지금 내가 사용해야 할 동시대 예술의 언어로 응축된 잠재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가상현실 Virtual reality/ 메타버스 Metaverse 아이러니하게도 작금의 현실은 실재의 세계로부터 벗어난 상상의 세계를 구상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받고 있다. 현실 세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와 상상으로 새로운 가치를 열어가기 위해 그동안 억제되어 왔던 우리의 잃어버린 능력을 다시금 일깨워야 할 시기가 도래하였다. 새로운 도자예술 도자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으로부터 시작된 내 작업의 여정은 필연 박물관에서 출발해 내가 지금 머물고 있 는 현실의 세계에 이르게 되었다. 나의 도자기는 익숙하지만 확신할 수 없는 기호와 상징들을 통해 실재와 비-실재, 물질과 비물질의 세계가 뒤섞인 채 인식의 틈새에 자리한다. 남겨진 유물이 지나온 시간에 대한 증거라면, 나의 도자기는 다시금 우 리가 공유해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시간의 축적으로 만들어진 이념적 세계의 기호들이 현실의 언어로 공유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나의 이러한 연구 과정 을 도공의 기술과 예술가적 상상력을 더해 현대 도자예술의 조형 언어로 풀어내고자 한다.


Ju Sekyun주세균


2011 국민대학교 입체미술과 대학원 졸업, 서울
2008 국민대학교 입체미술과 졸업, 서울

주요 개인전
2021 가까이 더 가까이, 아트스페이스그로브, 서울
2020 Notional Flag #5-B, 챕터투 야드, 서울
2019 Notional Flag #5-A, 챕터투, 서울
2016 우연의 인연, 갤러리밈, 서울
2015 INTERIOR, OCI미술관, 서울
2014 WHEEL THE WORLD, 메이크샵 아트 스페이스, 파주
      외 3회

주요 소장처
미술은행, 우란문화재단, 경기도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OCI미술관, 메이크샵 아트 스페이스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영국), 대영박물관(영국)

작가노트
<저녁식탁>

작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생긴 ‘신념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물음은 현재도 유효한 질문이다. 그러기에 나는 신념의 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신념은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사소한 인간관계 그리고 뉴스 등을 통해서 접하는 낯선 사건과의 만남은 다양한 신념을 확인하게 만드는 동시에 언제나 긴장과 갈등을 제공한다. 아마도 다른 존재들로부터 내가 만든 기준과 정의가 위협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이 질문이 시작한 것은 아닐까? 한편 나 자신은 다른 신념과 만나는 중간 지점을 중심으로 파괴와 재구축의 반복된 시련을 감내해 나가고 있음을 알고 있다. 개인 혹은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신념이라는 추상적 가정은 언제나 비연속적이고 가변적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작은 선택들로 새로운 세계를 만날 준비를 하게 된다. 변화의 움직임은 중간의 지대에서 시작된다. 그곳은 양보와 화해의 공간이다.

나는 이러한 중간지대 혹은 중요한 내핵의 공간으로 저녁식사 시간을 바라본다. 부모와 자식 간의 저녁식사 자리는 한동안 끊겨버린 관계를 확인하고 복원시키는 공간이다. 잠시 분리된 생활로 늘어난 거리감을 확인하고 양보와 화해를 나누는 중간지대가 바로 저녁식사의 테이블 위에서 만들어진다.

작품 <저녁식사>(2015)는 우리 가족의 일상을 다룬다. 명절에나 한 번씩 만나게 되는 우리 가족의 저녁식사는 맛과 냄새를 통해 사회생활로 잊어버린 옛 감각을 상기시킨다. 가족들은 그동안의 변화를 체험하고 공유한다. 배려, 근면, 정의, 신뢰, 헌신, 성실함, 정직함, 노력, 열정, 존중, 의지 그리고 도전을 상징하는 그릇과 그 안에 담긴 음식을 통하여 가족들은 공존을 위한 연대감을 만들어간다. 가족들은 이 완충적 중간지대를 통해 새로운 사회와 대면하게 되고 변형된 신념을 준비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준비하는 <찬장 2022-1>(2022)과 <저녁식탁>(2022)은 <저녁식사>에서 보여준 생각을 연장한다. 나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생기는 신념의 모양을 무궁화 무늬로 표현하였다. 새롭게 디자인된 무궁화 당초문을 그릇의 테두리, 식탁의 표면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가루를 통해 드러내었다. <찬장 2022-1>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접시의 옆면에 집중한다. 나는 이것이 접시가 아니라 하나의 구조물로써 인식되기를 원한다. 늘어진 접시들은 하나의 기둥이 되어서 집을 지지하는 보이지 않는 수평의 구조물이 된다. <저녁식탁>의 테이블 표면에 새겨진 무궁화 무늬의 투각을 통해 먼지, 소리, 냄새, 시간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엉켜있는 마음의 조각들이 쌓이게 된다. 누군가는 청소하여 그 불편함을 정리할 것이고 누군가는 남겨 둘 수 있다. 그리고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구석의 흔적은 어느새 단단해져 신념의 무늬로 남겨지게 된다.

<트레이싱 드로잉>
현실에서 목격되는 많은 사건들은 기존에 내가 배우고 익힌 다양한 기준의 정보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모든 것들이 의심스러운 이 사회에서 ‘의미’들은 움직이고 ‘정의(definition)’들은 기준이 없어 보인다. 어느 때였는지는 정확히 기억할 수 없으나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는 ‘기준’에 대한 ‘지성’과 ‘현실’의 ‘현상’이 접점으로 교차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작업들은 의미들 간의 접점 혹은 경계 사이에 존재하는 기준과 정의의 불안전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부족한 정보는 상상 가능한 방식으로 디테일을 채우고, 과잉된 정보는 ‘양보’와 ‘협상’을 바탕으로 그 부피감을 조절한다.

는 세라믹 위에 연필로 국보와 보물 도자기의 이미지를 옮기는 작업이다. 나는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저화질의 이미지 정보들을 수집하고, 수집된 이미지를 바탕으로 백색 도자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평면의 이미지를 도자기의 환의 형태 위에 그려 넣게 되는데, 하나의 시점으로 만들어지는 이 도자기는 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조각 위의 드로잉으로 보인다. 또한 같은 유물들의 다른 이미지들을 구하여 작품 내에서 서로 결합하는 것 역시 내가 그동안 진행한 의 기본적인 작품 전개 방법이다. 이 모든 단계에서 조율의 과정이 필요하다. 평면의 이미지를 입체에 넣을 때도, 그리고 두 개의 이미지가 입체에서 만날 때도 합의의 과정이 필요하게 된다. 나는 작가적 직관으로 이미지들이 교차하는 부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이미지들의 공백은 상상력으로 채우는 연필 드로잉을 도자기의 표면 위에서 진행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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