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M'cube

어둠이 두른 무지개 앞치마(The darkness with a Rainbow apron)

Jang Yeji

2024.05.22 ~ 2024.06.16
M’cube는 새로움에 대한 열정으로 실험적 영역을 탐구하고 그 한계에 도전하는 영아티스트를 발굴ㆍ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M’cube is a program to discover and support young artists who explore experimental territories with a passion for novelty and challenge their limits.

ABOUT

Jang Yeji

장예지

2019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졸업 

2015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개인전 

2024 무지개 앞치마를 두른 어둠, 갤러리밈, 서울 

2021 PLACE and Place, 오브제후드, 부산 

2019 GPS, 시간이 집합을 이룰 때, 서울문화재단 예술치유허브 갤러리 맺음, 서울 2019 N개의 뿌리, 갤러리도스, 서울 

 

단체전 

2022 더 아트 프라자 : LINK by IBK, IBK 기업은행 본사, 서울 

2022 감싸안은 풍경, 원더라움, 서울

2022 남는 벽 빌려드립니다, 상히읗, 서울 

2021 중심의 행방, 공간 파도, 서울 

2020 인테리오그라피, 액트1, 401, 서울

2020 산책자의 방, 무악파출소, 서울 

2020 초상이 된 세계, 올미아트스페이스, 서울 

2018 아시아프, DDP, 서울

2014 침투, 미묘한 작용, 북서울 드림갤러리, 서울 수상

2019 서울예술치유허브 갤러리맺음 공모 선정, 서울문화재단 

2018 아시아프 프라이즈, 조선일보어워드, 아시아프 

 

EDUCATION

2019 M.F.A in Painting, Hongik University 

2015 B.F.A in Painting, Hongik University 

 

SOLO EXHIBITIONS 

2024 The darknkess with a rainbow apron, Gallery MEME, Seoul 

2021 PLACE and Place, Objecthood, Busan 

2019 GPS, When the time is collected, Seoul art&healing hub, Seoul 

2019 Roots of N, Gallery DOS, Seoul GROUP EXHIBITIONS 

2022 The Art Plaza : LINK by IBK, IBK Industrial Bank, Seoul 

2022 Unfolded Landscape, Wonderaum, Seoul 

2022 Lend the extra wall, Sangheeut, Seoul 

2021 Trace the whereabouts of the centre, Space Pado, Seoul 

2020 Interiography Act 1, 401, Seoul 

2020 La chambre du Flaneur, Artmooak, Seoul

2020 The society becoming a portrait, ALLMEARTSPACE, Seoul 

2018 ASSYAF, DDP, Seoul 2014 Penetration-subtle effect, Dream gallery, Seoul AWARDS 

2019 Seoul art&healing hub Artist, Seoul Foundation of Arts and Culture 

2018 ASSYAF Prize, Chosunilbo award


작가노트 1

탈피하는 인간이 있다. 옆자리 승객도 그를 보지 못하고, 카페 주인도 그를 보지 못한다. 철저하게 투명도를 획득한 그는 마침내 변태한다. 눈사람처럼 투명하게 녹아 없어질 듯 희어진 그는 움직임을 보여주기 위하여 검은 천을 뒤집어쓴다. 그는 투명해지기 전 꾸었던 꿈을 써 내려가고 글자를 건져 올려 하나씩 수를 놓았다. 투명한 두 손에 출렁이던 푸른 화도 묻히고 침묵의 흰 가루도 묻히며 직조한 멋진 무지개 에이프런을 두르고 마침내 어둠이 사뿐사뿐 움직인다. 

 

작가노트 2

수조에 둥둥 떠다니는 투명하고 빛나는 막을 손으로 휘휘 젓거나 건져내는 상상을 한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았던 사람이라면 머릿속의 기억을 꺼내어 보관할 수 있는 펜시브라는 마법 장치를 알 것이다. 가끔 머릿속이 어두운 밤바다에 보이지 않는 안개가 껴 있는 것처럼 뿌옇고 무거울 때가 있다. 그리고 뿌연 안개 사이에 아슬아슬한 젠가처럼 껴있는 기억들이 이따금 차가운 공기나 비정상적으로 강렬한 적색 하늘을 마주할 때 불현듯 툭 튀어나온다. 비단 차가운 공기나 강렬한 적색 하늘로만 일축하기 어려운 벌어진 틈의 풍경과 온도들이 나의 펜시브 속 빛나는 수막을 건드린다. 내가 걸러낼 수 없었던 일들이 나에게 무엇으로 남아있는지 알기 위해 종종 글을 쓴다. 이미 자리 잡았던 질서와 가치들이 잔잔하거나 크게 요동치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친숙한 세계가 온통 낯설어지면, 불현듯 툭 튀어나온 기억에 대한 재평가가 일어난다. 대상과 존재와 그 의미를 찾을 수 없어 모든 것을 부정하는 시간, 하지만 모든 것의 작동 기제인 같은 욕망, 같은 기대… 즉 사랑. 인간은 모두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으로 모아져 다시 따뜻하게 그 기억을 파고드는 나의 낙관성. 실낱같은 낙관성에 대해 감사함. 이 막연한 상태에서 기억을 주무르며 그려내는 얼룩들은 대부분 흐릿하기만 하다. 난 결국에 얼룩을 그려내고 있다. 이것은 불확실하고 지평선에 유동하는 실루엣 같은 것이며 윤곽을 알 수 없이 다가오는 미래처럼 신비롭다. 진은영의 시처럼 닫혀 있던 정신과 육체에 어느새 흘러들어와 딱딱해진 것을 부드럽도록 작용하는 방대한 계절의 일면은 몸을 둘러싼 세계와 지극히 섬세한 관계를 실천하는 힘을 준다. 그리고 나는 얼룩을 하나씩 흘려보낸다. 

 

모르는 일들이 흘러와 조금씩 젖어드는 일 

내 안의 딱딱한 활자들이 젖어가며 점점 부드러워지게 

점점 부풀어오르게

잠이 잠처럼 풀리고 

집이 집만큼 커지고 바다가 바다처럼 깊어지는 일 

내가 모르는 일들이 흘러와서 

내 안의 붉은 물감을 풀어놓고 흘러가는 일 

그 물빛에 나도 잠시 따스해지는 

 

그런 상상속에서 물 속에 있는 걸 잠시 잊어버리는 일 

 

진은영, 「물속에서」 (『우리는 매일매일』, 문학과 지성사, 2008) 

 

전시서문 

1. 펜시브와 무지개 앞치마를 두른 어둠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펜시브(Penseive)를 아는가? ‘Pensive(수심에 잠긴)’와 ‘Seive(체로 거르다)’의 합성어라는 펜시브는 무의식 또는 잠재의식의 차원에 머무는 기억을 은빛 물질의 대야에 담은 마법 장치로, 복잡하고 강력한 마법의 힘을 지니고 있다. 이 마법은 펜시브에 기억을 꺼내 보관하다가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유령의 모습으로 기억을 객관화하는 어렵고 복잡한 능력을 요구한다. 개인의 기억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데도 마법 장치를 통해 제3의 시선에서 자신의 기억을 파악하고 싶다는 상상은 허무맹랑하지만, 감정에 압도되지 않고 진실을 파헤칠 수 있다는 펜시브는 두려움과 호기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 능력은 기억을 재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점검하고 분류할 수도 있다. 마치 장예지가 그리기와 직조하기를 반복하면서 자신의 의미를 더듬듯이. 2022년부터 어둠은 무지개 앞치마를 두르기 시작했다. 정처 없이 시간을 보내던 어둠은 보따리장수처럼 집에 모든 말, 행동, 얼굴, 몸짓, 손짓을 한 아름 가져왔다. 가져온 보자기에는 날카롭고 편파적이고 계시적인 모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불현듯 툭 튀어나오는 기억이 펜시브 속 빛나는 수막을 건드리고 있었다. 침습하는 감정을 처리하기 위해 어둠은 무지개 앞치마를 두른 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여러 겹의 시간으로 인해 화면에는 우리가 읽을 수 없는 흐릿한 얼룩뿐이지만 애틋함과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우리의 눈으로 몇 가지 단서 같은 형상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 있는 회화는 여러 계절을 응집한 자연과 심상의 얼룩에 불과하다. 

 

2. 얼룩의 말과 모양 《무지개 앞치마를 두른 어둠》은 장예지의 기억, 계절, 색, 온도를 섬세하고 미려하게 여러 빛깔로 풀어낸 전시로, 작가의 지난 시간을 설명하고 있다. 장예지는 어떤 날씨나 감정이 과거의 특정한 시간을 건드릴 때마다 당시의 감각을 하나의 사건으로 재현하기보다는 어느 하나 결정하고 판단하지 않은 채 여러 종류의 얼룩 그 자체를 그려낸다. 지난 모든 시간 중에는 더럽거나 불쾌한 얼룩도 있을 텐데 그가 그려낸 얼룩은 어딘가 애달프지만 웃는 모양새다. 말을 걸어보아도 미소를 띨 뿐이다. 어둠이 그린 얼룩을 보고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무언가 묻거나 스며들어서 본바탕이 더러워진 자국인 얼룩은 사사롭고 언어화되지 않는다. 어둠은 이 얼룩을 화면 곳곳에 그리고 자수 사이사이에 새겨놓았다. 얼룩을 한 땀씩 실로 엮어 시간으로 직조한 <펜시브>는 장예지가 기억과 시간을 어떤 방식으로 소화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여과되지 않은 얼룩은 뜯기고 잘려 다른 방식으로 사랑스러운 조각 조각으로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여러해살이 식물의 이름을 따온 <꽃고비>도 마찬가지로 단단한 줄기와 고사리 같은 잎 사이에서 연약하고 섬세한 꽃이 사다리처럼 줄을 지어 피어나듯이 긴 기다림과 찰나의 피어남이 동시에 담겨있다. 

 

3. 실금의 농담 얼룩은 어떤 모양새를 하고 있을까? 캔버스의 얼룩은 시간이 지나 뽀얗게 쌓인 먼지처럼 달라붙어 있다. 모르타르 바깥면에 미세한 균열이 불규칙하게 생기는 현상을 물감으로 풀어낸 <실금> 연작은 어둠이 지나온 시간과 다층적인 겹을 수없이 드러낸다. 무딘 칼날로 얼음을 슥슥 갈듯, 캔버스 바탕에 곱고 까끌까끌한 모르타르가 붓과 물감의 무수한 실금을 만들고 있다. 스며들고 번지고 중첩하는 겹 사이에서 끊임없이 떠도는 어둠의 붓질은 특별한 대상 없이도 감각할 수 있는 많은 것을 상기시킨다. 불분명하고 그지없는 실금의 궤적을 통해 어릴 적 시골집 담벼락에 손을 대고 걷던 날이 떠오르는 것처럼. 불현듯 행복한 기억이 떠올라 눈앞이 일렁이듯이 말이다. <긴 밤>, <잠>, <꿈>과 <황혼>은 제목에서도 나타나듯 어딘가 황홀한 상태이자 순간이며 어둠이 비로소 평안할 수 있는 자정 공간이기도 하다. 셔터 스피드를 조정하는 사진사의 깜빡임처럼 어둠이 그려낸 세상은 지금, 이 순간에만 끊임없이 존재한다. 그의 시간은 오직 지금만 넘실넘실 흐르고 있다. 더불어 당신의 깊은 숨과 살결도 이곳에서 어떤 실금을 만들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틈 사이에 낀 “우리 삶에 유머가 필요하다”는 말도 잠시 머물다 이내 사라질 것이다. 사실, 어둠이 무지개 앞치마를 두를 수 있다는 믿음은 <농담>이었다. 사랑과 유머이자 얼룩이자 총천연색 빛깔인 어둠의 존재는 무엇이었을까? 

-이주연(독립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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