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자 잡초
Kim Jeimin
M’cube is a program to discover and support young artists who explore experimental territories with a passion for novelty and challenge their limits.
ABOUT
김제민 Kim Jeimin
2015 서울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박사 (서양화/판화전공)
2006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석사 (판화전공)
2002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1995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동양사학과 졸업
현 전남대학교 미술학과 교수
Solo Exhibitions
2024 방랑자 잡초 (갤러리밈, 서울)
2021 식물일기 (갤러리 도스, 서울) 외 11회
Selected Group Exhibitions
2024 COREElation 6 – 한불교류전 (은암미술관, 광주)
2024 화론 On Flora and Painting (이화익갤러리, 서울)
2023 제1회 가오슝국제판화비엔날레 (가오슝문화센터, 가오슝, 대만)
2023 No Frame, 한국현대판화가협회전 (성신여자대학교 수정관 가온 전시실, 서울)
2023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벌 (울산박물관, 울산)
2023 동시대미술을 바라보는 4가지 시선 (조선대학교미술관, 광주)
2023 앙가쥬망 64회 전시: 안부 (갤러리 민정, 서울)
2023 화론 (이화익갤러리, 서울)
2022 10 graveurs coreens a Blois: Deux modens, deux cultures
(Salle des fetes Saint-Aubin-Les-Elbeuf, France)
2022 경계조건 (mM 아트센터, 평택)
작가노트
방랑자 잡초 The Vegebond
식물, 특히 잡초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 왔다. 나의 작품에서 잡초는 자연의 대변자이기도 하고, 본인의 자화상이기도 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림 속에서 잡초는 끈질긴 생명력을 키우기 위해 운동을 하는가 하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호신술을 연마하기도 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꿈을 꾸기도 하며, 황당무계한 일들이 하루가 멀다고 벌어지는 현실을 묵묵히 바라보며 인간을 대신하여 부끄러워하는 무언의 목격자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결국은 삶 속에서 느낀 소소한 일들을 풀이라는 대상에 의탁하여 표현한 것인데, ‘인생’이라고 하는 여정이 어찌 보면 ‘방랑’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 개인전 <방랑자 잡초>에서는 잡초의 ‘방랑자’적인 면에 주목하여 내가 살면서 경험한 물리적, 정신적 이동, 혹은 방랑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잡초들은 때로는 애매해 보이거나 위태롭게 보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전략적으로 생존율을 가장 높일 수도 있는 장소에서 좋든 싫든 뿌리를 내리고 살아간다. 그들도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거나 더 나은
곳으로 이동을 꿈꾸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그러나 잡초를 계속 탐구하다 보니 그들이 안착하여 싹을 틔우는
장소, 생장하는 속도나 방식, 수분을 하거나 씨앗을 퍼뜨리는
방법에도 생존을 위한 나름의 정교한 이동 전략이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사실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많은 잡초들은 원래 한국이 원산지가 아니라 해외에서 다양한 경로로 유입된 외래종 또는 토착 식물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역동적인 존재들인 것이다. 이런 잡초의 떠돌이 같은 측면과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위해 이리저리 이사를 다니면서, 작업과 직업과 생활 사이에서 방황을 하기도 하는 나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어린 시절 경험했던 국가간의 이주와 적응 과정, 한국에 정착한 이후
서구적인 외모 때문에 겪었던 정체성에 관한 갈등과 방황, 생업을 위해 여러 대학을 다니며 일종의 방랑을
한 끝에 결혼을 하여 아들도 낳고, 지금의 안정된 직장도 갖게 되었지만, 그로 인해 익숙하지 않은 지역으로 와서 느꼈던 낯섦과 이질감과 같은 나의 개인적인 방랑의 역사에 얽힌 이야기들을
그림 속의 잡초 캐릭터를 통해 풀어내고자 한다.
서울에서 광주로 온 이후 곧 네번째 이사를 앞두고 있다. 이동을 거듭할수록
나의 위치를 정립해 주는 것, 신체적, 정신적 방랑 속에서도
앵커처럼 나를 고정시켜주고 있는 것은 어떤 지역이나 장소가 아니라 오로지 가족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등장한다. ‘방랑자’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vegabond’의 머리부분을 식물을 뜻하는 ‘vege-‘로
대체하여 만든 ‘Vegebond’는 지나온 나의 삶의 경험들, 스스로의
뿌리를 탐색하며 관심을 갖게 된 과거의 가족사, 그리고 지금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랑하는 가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캐스팅한 캐릭터 ‘방랑자 잡초’이다.
나의 또 하나의 자화상이기도 한 방랑자 잡초에 의탁하여 그려나가는 삶의 이야기들이 작품을 보는 누군가의 마음에
작게나마 공감을 일으키기를 바라며, 오늘도 떠도는 내 마음을 붙들어 앉히고 집중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소인 작업실에서 수많은 공상과 약간의 창작을 하는 시간을 보낸다.
2024. 7.